남매여행 3탄. 다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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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짐도 많고 가깝지도 않지만 여행의 시간은 항상 행복해. 가는 길 단골 카페 사장님과 인사하고 손에 커피 한 잔씩 쥐고 출발.

공항 중식당에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 사이좋게 나눠먹음.

1.

여행 전 베트남 역사를 가볍게 읽었는데 너무 재밌다(나만 재밌음 주의). 갑신년에 김옥균이 거사를 계획하게 된 배경중 하나가 바로 청나라 군대가 갑자기 병력을 이동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바로 베트남 종주권을 두고 프랑스와 청나라가 맞붙은 청불전쟁 때문이었다. 이 전쟁이 끝나고 베트남은 사실상 프랑스 속국이 된다. 다낭에서 바나힐이라는 프랑스 마을을 갔었는데 너무 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한 프랑스 사람들이 산 꼭대기에 지은 마을이라고 한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처럼 남북으로 갈라져있었다. 우리가 월남으로 부르던 곳이 바로 자유주의 진영의 남베트남, 베트남 공화국이고, 수도는 사이공(지금의 호치민)이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북베트남인 베트남 민주 공화국은 북한처럼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월맹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은 주변 열강국들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긴 전쟁을 치뤘고, 북베트남이 사이공을 탈환하며 전쟁은 끝난다.

현재 베트남의 정식 명칭은 공화사회주의월남으로, 사회주의 일당제 국가다. 공항에서부터 군인의 포스를 내뿜는 공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입국장에서 무뚝뚝한 표정의 남자가 심사를 했다. 잘 생겼더라…

2.

낮 비행기를 타서 저녁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은 4시간 정도. 입국장에서 나오니 독특한 억양의 한국어가 들렸다. “유씸 카드 사쎄용.” LTE 5GB 에 $7 이라고 써진 안내판을 들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5일 동안 5기가면 충분할거고, 7불이면 너무 싼데?

3호는 수하물을 기다리고 나는 2호와 가서 아이폰용, 안드로이드용심을 샀다. 가격은 동일했다. 갑자기 심값으로 각 $1 을 더 달라고 해서 주긴 했지만 그래도 세명이 LTE 5GB를 쓰는데 3만원도 안되면 엄청 저렴하잖아. 미국에서는 나 혼자 LTE 써도 5만원 넘는다구. 검색해보니 비에텔 Viettel, 비나폰 Vinaphone 이 메이저 통신사라고 하고 마침 사려는 심 통신사가 그 중의 하나길래 안심하고 샀다. 그런데 짐 찾고 한 두 발자국 걷다보니 “LTE 5GB $5” 피켓이 보였다. 젠장… 출구를 따라 계속 걷는데 “Unlimited 3G + Free Call $5” 이런것도 보였다… 젠장… 그러고보니 우리가 산 심은 통화, 문자가 안된다… 젠장… 식당 예약은 호텔을 통해서 해야했다… 젠장… 뭔가 억울한 마음에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공항에서 심 사지 마세요. 바가지임” 이런 글이 보인다… 젠장…

그러나 여행지 도착하자마자 가족들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고 바로바로 구글 지도도 볼 수 있으니 공항에서 산 것이 크게 아깝지는 않았다. $1~3 차이니 선택은 알아서.

네이버에서 베트남 택시는 초록색, 하얀색이라고 했는데 파란색 택시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 밤이 깊어가고 비가 막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서 생각할 겨를 없이 일단 탔다. 숙소 주소를 보여주니 $20 을 얘기한다. 우리 숙소는 호이안이었고, 다낭공항에서 약 20km 가량 떨어져있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근데 우리 환전 못한건 어떻게 알고 자꾸 달러로 달라고 하는거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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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다낭 거리를 택시로 가로지르며 여러가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일단 기사님은 벨트를 메고 있지 않았고 내비게이션은 커녕 구글지도 같은 것도 보고있지 않았으며 에어컨 옆에 꽂힌 휴대폰으로는 메신저 같은 것이 계속 왔다. 지도 보려고 거기다 꽂아둔거 아니었어?! 밖은 깜깜하고 차선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다가 신호도 잘 안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보이지 않았던게 아니라 그냥 없는거였다. 차선은 보통 중간에 한 줄 정도 그어져 있고 신호는 정말 큰 사거리정도 되어야 있다. 내 신호는 어떻게 아느냐. 내 경적 소리다. 끼어들기, 좌/우회전, 혹은 멈추지 않고 교차로를 지나갈땐 빠앙!!!!!!! 경적을 누르며 지나가면 된다(?). 이 무질서가 묘하게 질서를 만들어내서 오토바이와 차들이 막 알아서 잘 다닌다. 내가 구글 지도를 보니 일단 맞는방향이라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4.

리조트에 도착했다. 다낭에서는 $1 정도면 괜찮은 팁이라고 해서 기사에게도 $1을 주고 이따 우리 짐을 들어줄 직원에게도 그만큼 주려고했다. 택시에 내리니 빗줄기가 더 굵어져있었다. 어두운 와중에도 확연히 보이는 깊게 패인 주름을 가진 늙은 남자가 젊은 우리의 짐을 들어주었다. 우리에겐 커다란 우산을 씌워주고 그는 이 비를 다 맞으며 카트에 우리 짐을 실었다. 그는 그냥 그의 일을 할 뿐이고 나는 그냥 이 리조트의 손님일 뿐인데 괴상한 연민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체크인을 마칠 동안 그는 있으나마나한 차양 밑에서 비를 피하며 우리를 기다렸다. 내가 나오니 카트 시트위에 묻은 빗방울을 자기 옷 소매로 훔쳐내고 나를 앉혔다. 택시에 내려 체크인하고 숙소까지 들어온 짧은 시간동안 번민에 시달렸다. 땀과 비로 축축해진 얼굴을 닦으며 잘자라고 인사하는 그에게 몇 불 더 주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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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우니 천장에 도마뱀 두마리가 있었다. 무서웠다. 근데 또 며칠 보니 적응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미니바 가격을 보고 있는대로 꺼내먹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