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Rich Asians

먼저 보고 온 많은 사람들이 전형적인 한국 막장 드라마라기에, 만두 싸대기나 얼굴에 마라탕 뿌리기 정도를 기대했지만 그냥 평범한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또 흥미로운 것은 왓챠 한줄평에 <블랙팬서>와 연관지어 평을 한 의견이 많았다. 백인 주류 무대에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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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레이첼 (왼쪽) 남친놈 닉 (오른쪽)

모든 문제의 원흉은 사실 닉이다. 가족이 부자인 것은 그래 숨길 수 있어도 ‘나를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널 존나 견제할거야’ 라는 말을 왜 안해줬는지. 집에 인사시키러 가면서 애인에게 가족에 대한 완전 최소한의 정보도 안 주고 헬게이트로 밀어넣은 남친놈!

 

 

언어로 설명되는 캐릭터

“너 미국식 액센트를 쓰는구나.” 남자주인공 엄마가 영국 귀족 액센트를 쓰며 아들에게 하던 말이다. 고급 영어를 써야지 이놈이 미국물을 다 먹고 왔네… 이런 느낌이었다. 또 남주인공의 사촌 아스트리드는 초등학생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프랑스어로 동화를 읽어준다. 소위 말하는 ‘선진 문물’ 유럽에 대한 동경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영화의 시작도 중뽕 가득한 문구와 함께, 영국의 근사한 호텔에서 인종차별하는 백인 직원들에게 ‘돈’으로 한 방 먹이는 걸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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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같은 옷 입고가지 말라며 영 가족이 어떤 부자인지 설명해주는 펙 린

미국에서 나고 자란 레이첼은 당연히 영어가 모국어고 엄마의 언어인 중국어도 조금은 할 줄 알지만 잘 못한다. 중국계지만 미국에서 살면서 배울 필요도 그다지 못 느꼈을 거고, 중간에 잠깐 등장하는 레이첼의 가정 형편상 특별히 여유도 없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에 반해 닉은 가족의 언어인 중국어는 물론이고 가족들이 광둥어도 쓰기에 광둥어도 하고, 싱가폴에서 자랐으니 영어는 물론 다른 언어도 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따로 습득을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언어에 노출되면서 자라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닉 너는 토익 학원 안가봤겠지… (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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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다음 날 만날 것 같은 펙 린 아빠

“나이스 투 미트 유.” 레이첼의 NYU 친구 펙 린의 아빠가 레이첼을 보고 한 말이다. 사실 레이첼 아빠는 아시안 액센트가 없지만 레이첼에게 장난치려고 일부러 어색한 발음을 했다. 레이첼 아빠는 미국식 영어를 쓴다. 같은 싱가폴에 사는 중국인들이지만 영의 가족과 린의 가족의 영어가 다르다. 소위 말해 ‘원래 부자’인 영의 가족은 ‘원래 부자 나라’였던 영국 학교를 나오고, 당연히 ‘원래 영어’인 영국식 영어를 쓰고, 미국식 영어를 우습게 여긴다. 영의 가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중에 부자가 된’ 린의 가족은 ‘나중에 부자가 된 나라’인 미국에서 공부했고, ‘미국식 영어’를 쓴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 를 봐야하는가

여자들끼리 모여서 명품!! 쇼핑!!! 스파!!! 꺄아아아!!! 하고, 여주인공은 그런 사람들을 보고 “디자이너 가방을 들고다니는 멍청한 애들” 이라 흉을보고, 남주인공은 그런 말을 하는 여주에게 반해 “너는,,, 계념녀,,, 다른 애들과 달러,,,” 라고한다. <섹스 앤 더 시티>가 생각나는 이런 장면들은 20년 전에는 재밌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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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역을 맡은 지미 양 (왼쪽)

가장 짜증나는 새끼 아니 캐릭터는 닉 영의 친구 버나드였다. 버나드는 HBO <실리콘 밸리>에서 진 양으로 등장하는 지미 양이 맡았다. 버나드를 보며 묘한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 버나드는 남의 총각 파티때 불꽃놀이 대포를 쏘다가 옆에 있던 비키니 입은 여자를 날려버리고, 역시 남의 결혼 파티에서 아기를 만들자며 여배우랑 옷 벗고 뛰어다닌다. 익숙하면서도 신물나는 이 개차반 캐릭터를 보며 처음에는 ‘아 언제까지 이런 놈들을 영화에서 봐야하는 걸까’ 싶었다. 버나드 주변의 여자 캐릭터들은 그냥 버나드의 개차반 캐릭터를 설명하기위한 쭉쭉빵빵 트로피1, 2, 3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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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실리콘밸리> 진 양

그러다가 <실리콘 밸리>의 진 양이 떠올랐다. 진 양은 문법이 맞지 않는 아시안 액센트를 쓰는 성격 나쁜 중국인 개발자다. 나중엔 남의 회사 아이디어를 훔쳐 중국에서 카피 서비스를 만들어서 판다.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란 스테레오타입은 다 때려박은 그런 캐릭터다. 그래서 같은 얼굴을 한 배우가 ‘돈 많은 개차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보니, 비록 그게 구리고 드러운 캐릭터라 할지라도, 아시안 배우의 배역이 넓어진 것에 진일보를 느껴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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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하는 드레스

 

그러면 비록 신데렐라 스토리라도 올 아시안 캐스팅이라면 의미가 있는걸까? 하는 질문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나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 소비방식에 얘기하고 싶다. 지금은 서양동화를 동양버전으로 들려줄 때가 아니라, 잠자는 공주에게 허락없이 키스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줄 때 아닌가.

 

 

덧. 유일한 ‘게이’로 등장하는 닉의 사촌 올리버 또한 ‘게이 스테레오 타입’의 결정체다. 물론 게이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야기 내내 등장하는 단 한명의 게이를 표현할 땐 신중해야 한다.

덧2. “아시안은 부모의 힘으로 크레이지는 내 손으로 이뤘으니 이제 주님이 리치만 이뤄주면…”

When Breath Becomes Air

 

오랜만에 책 이야기.

작년 언젠가 교보문고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핀터레스트의 북 커버 핀에서 볼 법한 트렌디하고 예쁜 책이 있어서 표지를 읽어보았다. <숨결이 바람될 때>. 어딘가 모르게 과하게 서정적이라 느껴졌고 딱히 흥미를 끄는 제목도 아니어서 그대로 표지를 열어보지도 않고 책을 지나쳐왔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보게된건, 며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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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책의 커버

광화문 교보의 영어 서적 코너에 있다가 낯익은 표지가 눈에 띄었다. 제목을 잊은건 아니었지만 책 디자인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니라서 “When Breath Becomes Air” 라는 제목이 새삼 새롭게 보였다. 아, 몇 달 전 보았던 그 책의 원서구나. 숨이 공기가 될 때… 호흡과 명상에 관련된 책인가? 하고 생각하며 책을 집어들자 애인이 말했다. 감동적인 책이라고. 읽어봤으면 한다고.

애인이이 오키나와 가있는 동안 읽기 시작해서 지금 마지막 장을 덮기 직전까지 와있다. 원서를 읽는 것의 장점이자 단점인 시간이 존나 오래걸린다는 것이다. 의학용어도 많이 나와서 사전찾느라 귀찮았지만 오래도록 폴과 함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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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akarta Post

 

나는 몰랐지만 사실 이 책은 정말 유명한 책이었다. 나는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모른채 읽었기에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충격과 슬픔의 연속이었다. 만약 내가 번역판을 샀다면 책을 사려고 알라딘을 켜서 구매까지 오는 와중에 줄거리를 이미 다 알아버렸을 것이다. 알라딘에 책 제목을 입력하면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기록” 이라고 그냥 바로 책 내용이 나와버린다. 어떤 사람에게는 구매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모르고 읽는 편이 나았다.

폴 칼라니티는 스탠포드에서 영문학을, 캠브릿지에서 철학(HPS)을 그리고 예일에서 의학을 수학하고 의사가 되었다. 그가 범인이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신기했다. 흔히 말하는 문과 코스에서 의예과로 점프하는 것은 좀 상상하기 힘들다. 그만큼 여기의 교육이 문이과로 이분화 되어있는거겠지. 그가 이렇게 특이한 이력을 갖게된 까닭은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이 어디인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가장 피하려고 했던 분야, 의예과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의사 가족에서 자란 그는 의사만큼은 되고싶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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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신과 함께>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던 폴의 모습에서 만화 <신과 함께> 가 떠오르기도 했다. 폴은 의대생 시절을 회고하며 죽음 앞에서 생각보다 엄숙하지 않은 동급생들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고, 의사라고 늘 사명감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했다. 본인도 다르지 않은듯 썼지만 폴은 늘 진지한 학생이었다. 오늘의 업무를 확인하며 ‘아 오늘 죽은 사람은 몇 명이네~’ 하며 그냥 저승까지 데려다주는 사신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신은 규칙을 어겨가며 원한을 풀어주려고 하고, 혹은 올 때가 아니라며 되돌려보내기도 한다. 책에서 본 폴의 모습은 그런 사신의 모습이었다.설령 아무런 손 쓸 방도가 없더라도, 환자 앞에 다가온 죽음을 밀어내보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침착하면서 냉철하게 쓰여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죽음이 환자가 아닌, 자기 앞에 다가온 사실을 마주해야할 때는, 참, 아.

“우리는 엄청난 투쟁과 고통을 딛고 이 세상에 오지만, 세상을 떠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구절 바로 뒤에, 폴의 산부인과 실습 이야기가 나온다. 투쟁과 고통을 딛은 생명이 바로 사그러지기도 하는 그 자리. 본인의 죽음 앞에서 자신이 겪어온 숱한 죽음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상상되면서 경외심이 느껴졌다. 사실 남이 죽는 것도 슬프지만 내가 죽는 것은 슬픔 이상이다. 무서울 것이다. 두려울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 공포가 아득하지만 잠시 망각하는 수밖에는 견딜 방법이 없다. 폴이 덤덤하게 써나간 자신의 이야기들 속에 머물러 있다보면 이 명석한 학생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잊게된다. 그러다 문득 문득 튀어나오는 죽음의 신호들을 마주하면 함께 두려워지고, 울게되었다.

책은 루시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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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Kalanithi and Lucy Kalanithi

이 책은 폴의 아내, 루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루시 또한 촉망받는 젊은 의사였다. 10여 년을 병원에서 보낸 그들에게 이제 막 여유가 찾아오려던 참이었다. 전 세계 유수의 의대들이 부부를 동시에 교수로 초빙하고 싶어했고 그들은 이제, 그 제안들을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인생을 걸어 열망하던 것을 마침내 쥐게 될 순간이 눈 앞에 있는데 잡지 못했다. 폴은 심지어 폴의 이야기도 다 끝내지 못했고 루시가 그의 이야기를 정리해야했다. 루시는 미완성으로 끝난 이 책이야말로 폴이 직면했던 현실의 본질이라 말한다.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과 동시에 그 사투 속에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마주하기. 이 책은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내가 인생 살아보니 이렇더라 하며 훈시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 앞에 놓여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의사의 언어로, 철학자의 언어로, 문학가의 언어로 이야기 할 뿐.

루시는 폴이 건강에 이상을 느낄 때, 외면할 때, 견딜 때 그리고 떠날 때까지 함께있었다. 아니 함께 있어야했다. 어쩌면 나는 저자 폴 보다는 루시에게 감정 이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괴로워하는 폴을 볼 때면 아픔을 겪는 사람이 아닌 아픔을 지켜보는 사람이 되어 마음이 아팠다. 죽고싶지 않다는 남편의 말에 눈물 말고 위로를 건네야했고 와줌에 담보대출을 이자가 낮은 곳으로 바꿔야했으며 혼자 딸도 키워야했다. 루시 역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는 사람이지만 30대의 죽음은 드물었다.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더 힘든 사람을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또 힘이 되어주어야했다. 루시가 폴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존경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정말로 함께 헤쳐나갔다. 나중에 폴의 무덤을 묘사하는 부분은 의연하다못해 웃음이 나기까지했다. 루시는 종종 신혼여행 때 마셨던 와인을 그의 무덤에 뿌리며, 무덤에 자란 풀을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듯 쓸어 인사하곤 한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라 생각했지만 견디고 있으며, 그가 떠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줄 알았지만 똑같이 그의 사랑과 감사를 느낀다. 루시는 C. S. 루이스의 말처럼 사별은 부부애의 중단이 아니라 신혼여행과 같이 결혼의 과정 중 하나라고 여긴다고 한다.

 

 

 

평생 죽음에 대해 고민했던 폴은 자신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해냈다. 그의 아내이자 목격자 루시가 말했다.

폴이 떠나고 이틀 뒤, 루시는 딸에게 편지를 썼다. “누군가 죽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좋게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사람들이 아빠에 대해 칭찬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진실이란다. 아빠는 정말 그렇게 훌륭하고 용감한 사람이었어.”

넷플릭스 vs 왓챠플레이

나의 주말은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자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이고, 왓챠플레이 역시 국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SVOD (Streaming or Subscription Video on demand) 라고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법 자리를 잡았다.

미드는 당연히 불법으로 다운받아보고, 자막 또한 기미갤이나 번포에 뜨는대로 다운받고 퍼뜨리고 하던게 불과 몇 년 전이다. 나도 저작권 개념 없던 어린시절에 토렌트, 국내외 P2P 사이트, 중국 불법 스트리밍 등 여러 어둠의 경로로 미드를 처음 접했다. 좋아하는 시리즈의 자막러가 잠수를 타는 바람에 기미갤 자막러도 했었다. 처음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자막러이자 디자이너로서 아쉬운 점이 참 많았다. 2016년 첫 등장 당시 자막 퀄리티와 한국어 버전 커버들이 너무 구렸고 당시 지원하던 콘텐츠의 양 또한 처참했다. 사실 지금도 나쁜편이다. 다행히 2018년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작품들이 한국에서도 하나씩 서비스 되고있다. 아직 부족한점이 많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믿고싶다). 요즘은 비단 미드 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미드=토렌트에서 미드=넷플릭스로 전환되고 있는듯 하다.

왓챠플레이는 후로그람스(현재 왓챠로 사명을 바꿨다!)라는 스타트업에서 제작한 왓챠라는 영화 평가, 추천 서비스 앱으로 시작했다. 별점을 매기고 데이터가 쌓이면 내 취향 분석과 함께 좋아할만한 작품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친구맺기 기능도 있어서 작지만 알찬 영화 커뮤니티이다. 넷플릭스와 비슷한 시기에 SVOD 시장에 진출하였다. 초반 왓챠플레이는 TV 시리즈보다는 영화 위주였다. 현재는 BBC, HBO 등의 판권을 따오며 가히 넷플릭스와(물론 국내에서) 경쟁할 만한 입지에 섰다. 실제로 넷플릭스보다 높은 월 평균 시청 시간 데이터를 자랑하기도 했다.

 

명불허전 오리지널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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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넷플릭스 하면 오리지널 시리즈를 빼 놓을 수 없다. 공전의 히트를 친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해 <기묘한 이야기>,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등 완성도 높은 시리즈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국내외로 화제가 되었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역시 넷플릭스 제작이다. 그 외에도 인기있는 시리즈와 독점 계약을 하거나, 후속 제작을 맡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 제작과 배포에 참여하고 있다. 위 언급된 작품들 이외에 넷플릭스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시리즈로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베러 콜 사울>, <블랙미러>, <오펀 블랙>, <지정생존자> 등이 있다.

 

한국영화의 팬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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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왓챠플레이가 보유중인 영화 콘텐츠 수는 압도적이다. 전체 콘텐츠 수는 넷플릭스를 따라갈 수 없지만, 한국에서 지원하는 콘텐츠는 너무나 빈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영화 (이제는 드라마도 제법 많이 나왔다)를 즐겨보는 유저라면 넷플릭스 보다는 왓챠플레이가 더 즐거운 선택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들을 제공하며 열심히 따라잡고 있지만 왓챠플레이는 처음부터 영화 전문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많이 앞서고 있다.

 

친구와 함께 이용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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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이용하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는 스마트폰, 태블릿PC는 물론이고 블루레이 플레이어(PS도 가능), 크롬캐스트, 애플TV나 IPTV 셋톱 등 가장 많은 디바이스를 지원한다. 집에서 큰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것을 즐긴다면 화질이 중요하다. 넷플릭스는 요금제에 따라 FHD와 UHD를 지원한다. 최근 왓챠도 TV를 지원하면서 고화질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요금제에 따라 추가되는게 또 있다. 바로 동시 접속자 수. 베이직 멤버십에서는 표준 화질과 1개의 디바이스 이용이 가능하고, 스탠다드 멤버십에서는 고화질과 2대 동시 접속(저장), 프리미엄 멤버십에서는 초고화질과 4대 동시 접속(저장)이 가능하다.

 

왕좌의 게임을 포기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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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왕좌의 게임>

왓챠플레이에서는 HBO 시리즈를 볼 수 있다. HBO는 북미지역에서 HBO Now 라는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업체인 넷플릭스에 시리즈 판권을 제공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에 어찌나 문의가 쇄도하는지 “<왕좌의 게임>같은 HBO 시리즈는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고 고객센터에 공지도 되어있었다. 왓챠플레이는 HBO 나우가 상륙하지 않은 틈새시장에서 판권 계약에 성공했다. HBO 는 공식 한국어 지원 서비스가 없고, 왓챠는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고, 둘 다 넷플릭스와 경쟁업체니까, 완벽한 계약이다!

왓챠플에서 서비스중인 HBO 시리즈는 <왕좌의 게임>, <뉴스룸>, <실리콘 밸리>, <섹스 앤 더 시티>, <밴드 오브 브라더스>, <소프라노스> 등이 있다.

 

마블 시리즈 정주행을 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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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가장 덕심을 자극하는 시리즈는 역시 마블이 아닐까. 디즈니 제작 MCU 시리즈를 모두 졸업했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블 시리즈가 기다리고 있다. <제시카 존스>, <데어데블>,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와 넷플릭스의 어벤져스 <디펜더스> 등의 시리즈를 볼 수 있다. 더불어 ABC 의 인기 시리즈 <에이전트 카터>, <에이전트 오브 쉴드> 또한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미드보다 영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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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셜록홈즈>

왓챠플레이에서는 BBC TV 시리즈를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셜록>을 선점했지만 왓챠플레이에서는 셜록 덕후들의 덕심을 좀 더 자극하는 <셜록 언커버드>를 제공하고 있고, 넷플릭스가 BBC 다큐멘터리 위주라면 왓챠플레이에서는 TV 시리즈 위주다. 현재 <닥터 후>, <화이트채플>, <미스핏츠>, <루터(넷플릭스에도 있음)> 등의 영드를 볼 수 있고 BBC 시리즈 이외에도 그 외 <스킨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아가사 크리스티> 등을 제공한다.

 

일본 영화 vs 일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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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너의 거짓말>

넷플릭스에는 일본 영화가 많고, 왓챠플레이에는 일본 드라마가 많다. 애니는 둘다 비슷하다. 정확한 데이터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건 왓챠플레이가 더 많을 듯 하다. 넷플릭스에서는 <강철의 연금술사>, <4월은 너의 거짓말>을 볼 수 있고 왓챠에서는 <원피스>, <김전일>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웰메이드 한국 드라마가 보고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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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비밀의 숲>

둘 다. 최근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둘 다 부지런히 한국 드라마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 제작, 투자, 판권 확보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비밀의 숲>, <힘쎈 여자 도봉순> 등의 판권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방영중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도 볼 수 있다. 예능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근 유재석을 중심으로한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범인은 바로 너>도 상영중이다. 하지만 역시 콘텐츠의 수는 왓챠플레이가 앞선다. 왓챠에서는 <품위있는 그녀>, <하이킥 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 <내 이름은 김삼순>, <하얀거탑> 등 종영한 인기 드라마들을 볼 수 있다.

 

이제 단점을 얘기해볼까.

 

명성에 비해 초라한 검색 기능들

넷플릭스는 예나 지금이나 UI면에서 최악이다. UX 측면에서도 왓챠플레이가 더 낫다. 왓챠는 재생 도중 화면을 위 아래, 앞뒤로 쓸어넘기는 동작을 이용해 화면 밝기, 볼륨, 앞뒤 이동을 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뒤로감기 버튼만 있다. 아이패드에서 재생시 멀티태스킹을 지원해 주는 것은 좋다.

 

넷플릭스 UI의 가장 나쁜 부분은 모든 콘텐츠들이 썸네일 형식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텍스트로 정리된 콘텐츠 리스트도 없고, 간단한 알림 메세지도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봐야한다. 앱을 쓰다보면 무언가 눌렀을 때 앱 안에서 해결되지 않고 새 창이 뜨는게 번거롭게 느껴진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감상 이외의 거의 모든 기능은 웹에서만 지원한다. 왓챠도 콘텐츠 리스트는 없지만 카테고리 기능으로 노력하는 성의(…)는 보였다. 형편없지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돈된 콘텐츠 리스트와 그 안에서 검색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유저들이 따로 만든 사이트를 이용해야한다. 왓챠플레이 역시 트위터에 신작 알림봇이 있긴 하지만 공식 콘텐츠 열람표는 없다. 검색 기능이 미약하면 잘 정리된 리스트라도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콘텐츠 검색 기능도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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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존햄”, “존 햄”, “Jon Hamm” 을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이다. “존햄”으로 검색했을 때는 존 햄이 출연하는 <타운>이 노출되지 않았다. 그리고 존 햄의 숨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배드맘스>, <프로포즈> 등이 노출되었다. 왜일까… “존 햄”으로 검색하면 조금 더 정확해진다. 하지만 역시 존 햄의 머리카락 한 올 조차 나오지 않는 <캘리포니케이션>이 함께 노출된다. 가장 정확한 검색 결과는 “Jon Hamm” 이다. 존 햄이 더빙을 맡은 <슈렉>도 나오고, 10개 에피에 출연했던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도 나온다. 그런데 역시 엉뚱한 결과 하나가 끼어있다. <더 크라운>에는 존 햄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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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플레이에서 “존햄”, “존 햄”을 검색하면 전혀 상관없는 결과가 나온다. <신데렐라>, <론 레인저>, <마이티 아프로디테> 모두 다 존 햄 그림자도 안나온다. “Jon Hamm”으로 검색해 보았다. 아예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애초에 존 햄이 출연한 작품은 하나도 없는데 검색 결과가 그냥 아무거나 나온거다. 뭐에 걸려서 나왔을지 짐작도 안됨. 왓챠플레이의 검색기능은 좀 실망이다. 왜냐면 왓챠의 검색기능은 나름 괜찮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잖아. 영화 평가 앱 왓챠는 “미국”, “액션”, “퀴어” 등 복수의 테마를 모두 포함하는 결과물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왓챠플레이의 카테고리 기능은 섬세한 검색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왜일까?

 

국외 사용자에겐 역시 넷플릭스

또 하나 최근에 알게된 사실은, 영상 저작권과 자막 저작권이 따로라는 사실이다. 넷플릭스는 비록 기미갤이나 번포 자막 훔쳤다는 의심을 받은적이 있지만 자막 저작권을 꽤나 세심하게 지키고 있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 코리아는 <매드맨>은 영상 저작권과 함께 영어자막(CC), 한글자막 저작권을 보유중이기 때문에 한국 사용자들은 <매드맨>을 영어 자막과 한국어 자막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넷플릭스는 <매드맨>의 영상 저작권과, 영어 자막만을 가지고 있다. 이 저작권이 적용되는 방법은 현재 접속중인 국가의 IP 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만든 계정으로 한국에서 결제를 했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넷플릭스를 본다면 한국어 자막을 볼 수 없다. 넷플릭스는 VPN 에도 강경한 입장이어서 이미 웬만한 우회 프로그램은 전부 블락이 되어있다.

왓챠의 경우는 조금 더 심각하다. 국산 프로그램이고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국내 상영으로 계약되어 있어서 대한민국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면 아무것도 재생할 수가 없다. 넷플릭스의 경우 외국 여행을 가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자막이 없어지긴 함) 왓챠는 프로그램 자체를 아예 쓸 수 없다.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둘 다 최근 오프라인 사용을 위한 다운로드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서 일정 부분은 해결할 수 있지만 다운로드가 불가능한 프로그램도 있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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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넷플릭스를 끄고 사회생활을 하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고 서로 겹치는 시리즈도 많지만, 아직까지는 넷플릭스 시리즈와 왓챠플레이 시리즈들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TV 앞에서 주말을 보내는 나같은 사람들은 둘 다 구독하는 것이 좋다. 또 왓챠는 장기 구독하면 할인을 해준다. 그러고보니 나는 푹 POOQ도 본다. 후후. 시간을 아주 잘 낭비하고있군… 훌루, 아마존, 애플TV의 한국 상륙을 기대합니다.

덧. 아마존 프라임은 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아직 한글자막이 별로 없을뿐… ( Ĭ ^ Ĭ )

덧2. 애플TV 또한 아이 디바이스에서 미국계정을 이용하면 볼 수는있다.

덧3. 저스트워치라는 넷플릭스는 물론 아마존, 푹, 왓챠, 네이버 스토어를 포함한 콘텐츠 찾기 서비스를 찾았다.

 

 

 

시간과 인생 (Mad Men, S7E11)

Roger  Now I've got to meet her.
Don    You have.
Roger  It's Marie.
       Marie Calvet.
Don    You're serious? 
Roger  Guess I should've asked your permission.
Don    Just warn me before you tell Megan.    
       I want to leave the country.
Roger  She knows.
Don    Then why didn't you tell me? 
Roger  I wanted to make sure it wasn't going away.
Don    She's crazy, you know.
Roger  When I married my secretary, you were hard on me.     
       And then you went and did the same thing.
Don    You know what? For the second time today, I surrender.
       I'm happy for you.
Roger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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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 스털링 쿠퍼 앤 파트너스 SC&P.

둥그렇게 모여 한 잔씩 나누다가 한 명씩 각자의 일정을 위해 자리를 뜬다.

둘만 남은 돈과 로저.

로저는 약속이 있다며 먼저 일어나는데, 돈은 로저에게서 뜻밖의 이름을 듣게된다.

“마리. 마리 칼베.”

절친이자 직장 상사(이제는 파트너지만)에게 구 장모님과 데이트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돈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시기도 좋지 않다. 돈은 메건이 알기 전에 이 나라를 떠야겠다고 하지만 메건은 이미 알고있었다. 로저와 메건 둘 다 이제는 돈에게 말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아닐까.

로저는 관계가 더 확실해지면 말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돈은 그 여자 미친거 모르냐고 대답하는데 이어진 로저의 대사가 재밌다.

자네 내가 비서랑 결혼한다고 할 때 나를 엄청 나무랐지. 그리고 나랑 똑같은 짓을 했고.”

돈과 로저의 인생을 보여주는 한 마디를 선택한다면 나는 이 대사를 고르겠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 남자들의 인생. 이혼도 할 수 있고, 열 몇 살 어린 여성과 다시 결혼도 할 수 있고, 이 내용으로 서로에게 농담도 할 수 있다.

그들이 첫 번째 결혼에서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하는 신중함을 보였다면, 두 번째는 보다 욕망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겠다. 성공한 남자들이 비밀 애인을 두는 것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던 시대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껏 수많은 애인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굳이 이혼을 하고 “집에 애가 하나 더 있다던데” 등의 조소 속에서도 꿋꿋하게 20대 비서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결혼해놓고 다시 이혼을 했다.

돈의 경우는 외도 사실을 들키고 이혼을 요구당했다. 아내 없는 남자(혹은 남편 없는 여자)를 불완전한 인간 취급하던 시대였다. 여자에겐 재혼을 묻지 않았지만 남자에겐 완전한 인간으로의 복귀를 위해 재혼을 종용하던 시대다. 정말 돈은 혼자 지낸 기간동안 그다지 건강하게 지내지 못했다. 하우스 키퍼가 올 때까지 청소와 빨래, 설거지 거리를 쌓아놓았다. 집에 손님이 잠깐 들른다고 해도 드레스업의 예의를 차리던 돈은 누가 오던지 늘 속옷 차림으로 지낸다.

돈은 소개팅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한동안 결혼에는 뜻이 없어보였다. 밀러 박사와 연애중에도 결혼에 대한 암시는 없었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밀러와 관계를 잘 유지하는가 싶더니 돈은 별안간 메건에게 결혼을 하자고 한다. 즉흥적이었다. 마침 반지가 생겼고, 마침 아이들과 노는 메건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돈은 충동적으로 청혼한다. 밀러가 매력이 없던 건 아니다. 자기 분야에 전문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능력자이기도 하고, 돈을 위해 힘을 쓸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메건을 선택한 이유는 (검은머리라서) 더 이상 ‘아내감’ 파트너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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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는 그 시대가 원하는 아내 상에 딱 맞춰진 여성이었다. 물론 돈이 사랑하는 여성이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여성상이었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아름답고 날씬한 몸매에, 적당한 교육을 받았으며, 남편의 기를 적당히 세워줄 줄 아는 그런 여성. 실제로 돈은 비즈니스 모임에서 베티를 트로피 처럼 이용했고, 베티 또한 썩 즐겁진 않지만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돈은 처음 시즌이 시작할 때부터 그런 베티에게 충실했던 적이 없었다. 베티와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았을까?

그는 일생을 죄책감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어쩌면 작은 실수들에 대한 부분은 무감각했을지 모른다. 돈이 훌쩍 떠나버리거나, 외도를 하는 등 기행을 벌일때면 스스로 돈이 아니라 딕이라고 생각했을수도 있다. 돈은 종종 완벽하지 않은 돈 드레이퍼의 모습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인생은 한 번뿐이기에 실수를 하면 책임을 지고 극복을 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한 번 리셋을 경험한 돈은 자신이 어렵게 얻은 새 삶에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

아무튼 행복한 가정의 능력있는 가장이라는 이미지는 한 번 해본 것으로 만족했는지, 뒤에서 온갖 자극적인 만남을 하고 다녔던 돈은 이제 더 이상 그런 행위를 숨기지 않는다. 남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얼굴도 함께 두꺼워지는걸까. 비서이던, 웨이트리스던, 누가 뭐라던 개의치 않고 본인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건 참 부럽다. 로저가 제인이랑 결혼한다고 했을때 비웃었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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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로저의 말에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었다. 곧 자신에게 비는 말이기도 하다. 연애 상대(혹은 결혼 상대)에게 자신들이 가진 부와 권력을 쥐어주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접고, 또 언제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그들의 대화.

덧. 이제 돈이 제인의 엄마랑 결혼할 차례 (아님)

위기의 주부들 그리고 매드맨

Desperate Men and Mad housewives.

지난 주 매드맨(Mad Men, 2007-2015)을 끝냈다. 이렇게 빠지게된 시리즈는 별로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좋았다. 마지막 시즌에 와서는 순식간에 시리즈를 보는 것이 아까워 한 편을 몇 번에 나눠서 보곤했다. 시리즈를 끝내기 전에 아마존에서 사진집을 주문하고, 작가가 쓴 책도 주문하고, 국내외 아티클들을 닥치는대로 읽어 나갔다.

많은 드라마들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맞춰 돌아가곤 한다. 하지만 매드맨의 모든 인물들은 하나 하나 입체적이고 다양하게 살아있다. 인물 하나 하나가 그 시대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냥 지나가는 배경이 없고 그냥 말하는 대사가 없다. 문자 그대로 시리즈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시리즈에 대한 나의 사랑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나타내보려고 한다. 처음 꺼낼 이야기는 바로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 2004-2012)이다.

레딧에서 매드맨배우들이위주랑많이겹친다며? 진짜인가요, 숙녀분들?” 이라는 6년 전 게시물을 보았다. 조금 늦었지만 답해본다. 위기의 주부들을 숙녀분들만 볼 수 있는지는 몰랐지만…

1. John Slat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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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Men wiki / FANDOM

매드맨의 또 다른 주인공, 로저 스털링 역의 존 슬래터리. 돈을 스털링 쿠퍼로 데려와 날개를 달아준 장본인이자 돈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마다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는 친구다. 돈은 부족한 것 없이 자라 늘 여유로운 삶을 사는 로저를 부러워하고, 로저는 늘 우수에 차있는, 사연있는 남자 돈을 부러워한다. 둘은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 시리즈 내내 돈독한 사이를 보여준다.

존 슬래터리는 위기의 주부들에서 개비와 잠깐(?) 결혼하는 빅터 랭으로 나온다. 페어뷰의 시장 역할을 맡았는데 호색한+부자 캐릭터가 겹친다.

“I’m gonna marry that girl”

빅터가 개비를 처음 보고 한 말. 제인을 처음 보고 한 말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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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ptain America: Civil War

그 밖에 MCU 아이언맨에서 하워드 스타크로 나오기도 했고, 섹스 앤더 시티에서 캐리의 데이트 상대로 나오기도 했다. 처음 존 슬래터리가 하워드 스타크를 맡았을 때 정말 안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존 슬래터리가 가진 이미지에도 어울리는 것 같다.

2. Mark M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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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을 사랑한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쓰다보니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다. 덕 필립스. 시즌 중반부터 스털링 쿠퍼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영국에서 영입된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정말 스털링 쿠퍼의 활로를 좌지우지 하게 된다. 덕 필립스가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위기의 주부들에서 박힌 이미지 때문 같기도.

위기의 주부들 시즌1 미스테리의 중심, 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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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 앨리스 영의 남편이자 잭 영의 아빠. 최근 시리즈를 다시 보았을 땐, 아버지로서의 그의 마음이 조금 공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1의 이야기가 정리된 다음에도 줄곧 소름끼치는 등장을 한다.

3. Sam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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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취소한 김에 한 명 더. 의사이지만 실력이 부족해 군에 자원하는 조앤의 남편 그렉 해리스역의 샘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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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은 전쟁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싸웠다는 자부심과 애국심에가득차 있던 시대다. 남자들은 대학 대신 군에 가야했고 시즌 초반만 해도 어디에서 누굴 만나던지 “어디에서 복무했는가” 로 인사를 나누었다.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의 전쟁에 끌려가는 것을 거부하며 전쟁을 혐오한다. 하지만 기회를 잡는 사람은 늘 있는 법. 외과의사가 되고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해 전문의 시험에서 번번히 낙방하던 그렉 해리스는 아내 조앤에게 말도 없이 자원입대를 한다. 실력없는 의사로 점수에 맞춰 전과를 고민하던 그렉 해리스는 전장의 슈바이처가 된다. 모든 군인들이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길 꿈꾸지만, 그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고국보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베트남 전쟁터가 더 중요하다. 뉴욕에서 받지 못한 리더 대접과,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그 곳. 그는 결국 그 곳에 남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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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위기의 주부들의 샘 페이지 역할 또한 인정욕구에 목마른 불쌍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위기의 주부들 시즌6에서 브리 앞에 등장하는 의문의 남성 샘 앨런. 렉스의 혼외자임을 알게된 브리는 샘을 고용하고 렉스를 대신해 마음을 써준다. 하지만 샘은 가족에게 상처받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브리의 절박함을 이용한다.

4. Melinda Page Hamilton

 

돈의 모든 것을 알고있는 한 사람. 애나 드레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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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드레이퍼의 외모가 돈이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타입이었다면 애나와 돈이 끝까지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없었을거라 생각한다. 돈은 자기가 끌리는 여자면 그 사람이 어떤 상황과 지위에 있던간에 일단 들이대고 보는 인간인데, 애나에겐 그러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만 애나가 돈에게 어려운 사람이었다는 것과, 애나가 돈의 타입이 아니었다는 것을 꼽아본다.

돈과 로맨스를 시작하면 언제나 끝이 좋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애나는 등장하는 내내 돈과 가까운 사이였다. 애나가 매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돈의 타입이 아니었을 뿐. 돈과 연애 감정을 갖지 않으면 돈의 곁에 오래오래 각별한 사이로 머무를 수 있다. 애나가 그랬고, 페기가 그랬고, 또 조안이 그랬다.

애나는 실종된 남편을 찾다가 딕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딕을 용서하고,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시리즈의 가장 거룩한 인물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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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린다 해밀튼은 위기의 주부들에서도 나왔다. 딱 3번 나왔지만 아주 강렬했다. 카를로스의 죄책감을 뒤흔드는 수녀 마리로 나온다. 가브리엘과의 신경전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스터 마리와 애나 드레이퍼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애나를 어디서 봤더라 했지만 끝내 떠올리지 못했는데 나중에 레딧에서 알게되었다.

5. Kevin Rahm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인줄 알았으나 계속 적?). 돈 드레이퍼의 라이벌 테드 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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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끝날때까지 위기의 주부들 속 리 맥더멋으로 보여서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흑흑. 위주 속 리와 다르게(?) 커틀러 글리슨 앤 차오(CGC)에서 차오를 맡고있는 유능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돈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라이벌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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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돈도 그렇고 극의 흐름 자체가 테드 혼자 돈의 라이벌이라고 외치는 것 처럼 보였으나, 점점 극에 긴장감을 잡는 인물이 된다. CGC의 인물들이 돈 드레이퍼와 스털링 쿠퍼 이야기의 곁가지처럼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인물을 구성한 것이 느껴졌다. 짐 커틀러는 뛰어난 경영자로서 테드 차오에게 없는 부분을 메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사연이 있고 복합적인 존재다 보니 충분한 스토리텔링이 되지 않는 캐릭터는 하차시켜버린다. 프랭크 글리슨은 CGC로 내내 이름만 떨치다가 등장과 함께 병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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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부들에서는 리 맥더멋으로 출연한다. 파트너(그 파트너 아님) 잘생기고 섹시한 변호사 밥 헌터와 함께 위스테리아 레인으로 이사온다. 여느 위기의 주부들처럼 위기를 맞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던지라 매드맨에서 역할이 잘 매치가 안되어 보는데 고생했다.

6. Mason Vale Co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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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레이퍼와 베티 드레이퍼의 아들 바비 드레이퍼. 대사는 별로 없지만 ‘놀다가 엄마에게 쫓겨나기’, ‘누나에게 호통 듣기’ 와 ‘귀엽기’ 등을 주로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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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부들에서는 수잔과 마이크의 아들 MJ 로 출연했다. 모두가 반대했던 ‘메이너드’ 라는 이름에서 M 을, 다른 이름 후보 제임스에서 J를 따왔다.

7. Christine Estabr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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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의 엄마 게일 할러웨이 역을 맡은 크리스틴 에스타브룩. 죽도록 사랑하고 미워하는 엄마와 딸의 관계가 너무 현실적이라 각본에 감탄을 거듭했었다. 조안의 출산 이후 조안과 같이 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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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에스타브룩은 위기의 주부들에서 마사 후버로 등장했다. 시즌 초반 깊은 빡침을 불러 일으키는 짓을 일삼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8. Ann Dud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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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퍼 레지던스에서 집안일 하는 베티 옆에서 종종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 프랜신. 프랜신은 시즌 초반에 임신한 모습으로 나왔다가 출산 이후 부터는 등장이 좀 뜸해진다. 프랜신을 비롯한 많은 여성들의 임신, 육아 중 흡연 모습은 그 시대가 흡연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실 프랜신을 보자마자 위기의 주부들보다 먼저 떠올랐던건 와잇칙스. 필모그래피를 뒤져보니 위기의 주부들이 나오길래 우연히 알게되었다.

바로 매력적인 개새끼 칼 마이어가 바람피웠던 그 비서 브랜디. 시즌1 초반에 한 번 잠깐 나왔다가 사라진다.

9. Melinda McG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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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에서 폭탄 같이 등장하는 지미 배럿. 그리고 그의 아내 보비 배럿. 특별해 보이던 돈 또한 그 시대 다른 남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게한 장본인이다. 또한 페기 올슨과 돈의 남다른 유대를 조성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보비 배럿 역의 멜린다 맥그로우는 위기의 주부들에도 잠깐 출연한 바 있다. 정말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사진을 봐도 누군지 가물가물했다. 시즌1 “Fear no more”에 나왔다고 하기에 다시 정주행했다.

아, 바로 시즌1에서 르넷이 탐의 직장을 방문했을 때 만난 그 사람이다. 탐 스카보의 전 여자친구 애나벨 포스터. 결혼과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X4)로 경력이 단절되어 애들 기저귀와 토사물에 파묻혀 사는 르넷이 우연히 탐의 직장에 들렀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바쁘고 활기찬 일터의 모습과 그 속에 있던 본인의 모습을 그리워할 때. 그리고 하필 그 때 딱 나타난 애나벨 포스터. 애나벨은 다행히고(?) 탐의 전 여자친구이자 탐을 르넷에게 뺏기고(?) 업무에 더 매진하게 되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이 후 두어번 더 출연한다.

9명. 대여섯 정도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많다. 아마 내가 놓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다시 정주행하면서 샅샅이 살펴보고 혹시 발견한다면 호들갑을 떨며 추가해보려고 한다.

덧. <Desperate Men and Mad Housewives> 는 서칭중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블로거에게서 따왔다.

혁명가 은자다카, 마블영웅 트찰라

최빈국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르지 않는 비브라늄을 가진 초강대국 와칸다.

 

청바지를 입고 양을 치는 소년, 짐캐리 같은 수트를 입고 입술에 거대한 장식을 끼운 원로, 맨발에 아프리카 전통 의상을 입고 홀로그램으로 연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블 스튜디오가 상상하는 ‘발전한 아프리카’의 모습은 딱 거기까지. 아프리카에도 백화점 있고 아이폰 쓴다고 하면 놀라는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나지 않았나? 미국 사람들만 아이폰 쓰는줄 알어.

라이온킹과 많이 닮았다.

 

그만큼 너무나 예상 가능한 아프리카의 모습이라 아쉬웠다. 심바를 위협하는 존재가 스카가 아닌 스카의 아들이라는 것이 조금 다른 점이다.

와칸다의 왕 트차카와 그 아들 트찰라 –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정글의 왕 무파사와 동생 스카 – <라이온킹>
라이온킹과 또 다른 점이 있다.

 

스카는 왕이 되어서는 안되는 캐릭터였지만 은자다카는 왕이 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캐릭터라는 것.

 

슬럼가의 왕 에릭 킬몽거

드레드하고 청자켓 입고 박물관에 나타난 에릭 킬몽거. 박물관 경비들을 살해하고 유리를 부수고 유물을 훔쳐간다. 죄 없는 경비들의 죽음과 도난당한 박물관의 슬픔과 동시에 들리는 킬몽거의 말.

“But it’s from Wakanda.”

제국주의 열강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유물들을 가져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들의 식민지에서 훔쳐오거나, 무력으로 빼앗아 온 것이다. 아름답고 안전한 공간에 모셔져 있는 그 유물들의 반환, 복위 Restitution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How do you think your ancestors got these? Do you think they paid a fair price? Or did they take it… like they took everything else?”

 

슬럼가에서 나고 자란 에릭 킬몽거는 사실 와칸다인이다.

와칸다는 세계 최빈국 처럼 보이지만 비브라늄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가진 나라다. 비브라늄을 바탕으로 눈부신 과학 기술과 독자적인 문명을 이룩했으며, 와칸다 왕족에게는 블랙팬서라는 수호신의 초능력도 있다. 트차카는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팬서로서 자국민의 안녕과 세계평화를 위해 비브라늄의 존재를 숨긴다. 비브라늄이 알려지는 순간 세계 열강들이 ‘우리’ 아프리카를 박살내고 자원을 약탈해갈 것을 걱정한 듯 하다. 하지만 트차카의 동생 은조부의 ‘우리’의 개념은 국가를 넘어선다. 아프리카 땅 바깥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을 외면할 수 없던 은조부는 고향의 비브라늄을 미국으로 반출하게되고, 그 사실이 발각되어 형의 손에 죽게된다. 그 아들 은자다카는 슬럼가에 남아 고아로 자라게되는데, 이 아이가 바로 에릭 킬몽거.

은자다카의 아빠 은조부, 뒤는 심복 주리. 은자다카는 밖에서 농구하고 있음 – <블랙팬서>
킬몽거는 명문대학과 특수부대를 거쳐 문무를 겸비한 훌륭한 으른으로 자라게 되고 호시탐탐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갈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박물관 털이를 기회로 드디어, 와칸다로 돌아가게 된다.

슬럼가의 왕, 와칸다의 왕이 되다

영화의 시간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의 이후이다. 지모 Zemo 의 유엔 테러로 티찰라가 죽고, 와칸다에서는 비어있는 왕위를 계승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와칸다는 지구 최고의 과학 강국이지만 정치는 발전하지 못했는지 부자 세습으로 왕위와 블랙팬서가 정해진다. 나름 반대 의견도 받는데 방식은 역시 원시적이다. 싸워서 이기면 왕이다. 그 와중에 또 공정하다. 적통자에게 자동으로 이어지는 블랙팬서의 초능력을 제거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주먹다짐을 하게된다.

티찰라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장을 내미는 부족장 음바쿠 M’baku 와 정정당당히 겨루고 승리한 뒤 그의 목숨을 살려준다. 음바쿠는 패배를 인정하고 티찰라를 왕으로 추대하고, 티찰라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자 블랙팬서가 된다. 딱 그 상황에서 또다른 적통자 은자다카가 나타난다.

이미 왕위 계승도 다 끝났고 백성들의 신망을 얻어가는 중이지만, 트찰라는 정의로운 인간이니까 굴러들어온 돌 은자다카의 도전장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깔끔하게 진다. 그냥 진게 아니라 폭포 아래로 떨어져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애초에 곱게 자란 왕자님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구르던 슬럼가 출신 특수부대원의 대결이 말이 안되잖아. 은자다카가 이기는 것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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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다카가 왕위를 계승하려는 욕망에 너무나 공감이 되고 (잘생겨서?!) 또한 그 당위성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이라 스토리 전개가 기대되었다. 은자다카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비브라늄으로 무장한 군대를 일으켜 백인으로 대표되는 서구 열강이 독점하고 있는 각종 자본들을 박살내러 간다. 하지만 디즈니 세계관에서는 백인으로 대표되는 서구 열강이 바로 정의 아닌가. 은자다카는 그 순간 빌런이 되어 와칸다 국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전통의상(?)을 입고나온 은자다카

 

은자다카의 ‘우리’ 개념은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매우 고립되어있는 국가 대한민국에서 자란 나는 아시안이라는 인종적 개념보다는 한민족 혹은 우리 국민 등 민족적, 국가적 개념이 더 가깝기 때문에 전 세계의 흑인들을 ‘우리’로 묶는 것이 조금 생소했다. 은자다카가 인종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살면서 ‘미국인’ (혹은 와칸다 국민) 보다는 ‘흑인’이 훨씬 끈끈한 개념일 것이라는 것을 추측해볼 뿐. 그 억압의 정서가 아프리카 피식민 국가들에게도 유효하여 전 세계 흑인들이 결속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은자다카의 ‘우리’는 탈국가, 탈혈통, 탈민족적이지만 인종주의적이다. 그러면 ‘흑인’은 하나의 인종으로 퉁(?) 칠수 있는걸까? 티찰라 엄마는 아시안 느낌이던걸? 은자다카의 혁명적인 방법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우리’의 개념에는 물음표를 붙여본다. 내가 은자다카와 결혼하면 나도 ‘우리’에 들어갈 수 있을까? (사심노출)

와칸다의 비브라늄 창고를 털어 세계로 맞짱뜨러 나가는 은자다카를 보며 트찰라의 엄마와 천재 과학자 동생, 구연인이자 활동가(?) 나키아는 와칸다의 미래를 걱정한다. 단순히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돌을 빼낸 것에 대한 분노로는 조금 모양새가 안나는 설명이다. 와칸다만이 독점할 수 있는 비브라늄 반출에 대한 걱정일까? 은자다카에 의해 박살날 서구 열강에 대한 걱정?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은자다카가 왕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연히 떨어진 천혜의 자원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혁명가에게 전복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 애국보수 여인들은 도움의 손길을 뻗으러 음바쿠를 찾아간다. 죽은 예수의 무덤을 찾아가는 여인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여인들이 예수의 부활을 경험했던것 처럼, 애국보수 여인들도 독생자의 부활을 경험한다. 트찰라가 음바쿠를 살려주는 장면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에서 지모에게 베풀었던 자비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자비가 돌아와 자신의 목숨을 구한다.

 

블랙팬서는 흑인 아이들에게 “너희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라는 강력한 메세지와 함께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히어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백인들을 위해 싸우고 흑인들의 혁명가를 무찌른다. 개인적으로 더 아쉬운건 여자 아이들에게 “너희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영화는 마블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 마블 영화 치고는 여성 캐릭터들이 할 일이 많긴 하다. 미국에서도 부산에서도 와칸다에서도 계속 섹시한 옷을 입어야 하긴 하지만.

은자다카의 죽은 앞에서 트찰라는 이복 형아의 깊은 뜻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지구인들에게 와칸다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형아의 고향인 슬럼가를 비롯한 흑인들을 위해 와칸다의 부와 지식을 나누겠다고 선포한다. 그리고 트찰라는 우주선을 타고 삼촌과 형아가 살았던 건물에 찾아간다. 그 앞 농구코드에서 놀던 꼬마들은 우주선을 보고 부품을 빼다 팔자고 회의한다. 그 아이들의 생활을 잘 보여주는 대사였다. 도둑질이지만 동시에 그들에게는 생계인.

잘생긴 비운의 혁명가는 그렇게 사라졌지만 수많은 짤방을… 아니 중요한 메세지를 남겼다. 마블 시리즈는 더이상 평범한 선과악의 구도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흑인 히어로, 어린 여성 과학자, 이유있는 악당들이 기존 히어로 시리즈들에 균열을 내고있다.

 

이상한 정상 가족

TV를 보다보면, “내 딸은 저런놈에게 시집 안 보내” 라 말하는 아버지를 종종 볼 수 있다. 딸이 좀 더 멋지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과 결혼하길 바라는 아버지들의 비장한 염원. 아마 딸 가진 아버지라면 미래 사위는 어때야 한다는 조건이 최소 열 가지 정도는 될것이다. 흔한 레파토리는 아니지만, 미혼인 딸의 임신 소식을 듣고 서둘러 애 아버지를 찾아 결혼시키려는 아버지 또한 종종 볼 수 있다. 이 아버지의 경우도 아마 나름의 미래 사위 조건 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딸이 결혼 전에 임신해버리면 그 리스트는 소용없다. 일단 결혼이 중요하다.

‘결혼’으로 이루어진 엄마와 아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 가족’의 모습이다. 하나라도 없거나, 더해진다면 바로 ‘이상’해진다. 위의 이야기처럼 결혼하지 않은 딸이 임신을 하는 경우도 그렇다. 부모는 정상 가족의 일탈자인 딸을 어서 정상 가족 안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결혼을 서두른다. 우리 딸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으면 하고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해둔 미래 사위 자격 리스트보다 더 중요한 것, 바로 정상 가족.

<이상한 정상가족>은 ‘정상 가족’ 주위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모습들을 말해주는 책이다. 한 장 한 장이 외면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들로 가득차있다. 어디가 병들었다고 말하기 힘들정도로 곳곳이 다치고 멍든 가족주의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누구나, 이 책 어딘가에 교집합이 있다

아동 학대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체벌의 경우 의견이 분분하다. “적절한 체벌은 필요하다” 라는 모호하지만 확고한 신념부터, “엉덩이는 괜찮다” 라던지 “전용 회초리가 있으면 괜찮다” 등 꽤나 구체적인 체벌 방안까지 갖춘 의견들이 나온다. 각자 학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만한 체벌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아이를 때리는 행위를 훈육이라 혹은 사랑이라 부른다.

책에서는 세계 최초로 체벌 금지법이 정해진 스웨덴에서의 일화를 소개한다.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스웨덴에서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되기 1년전인 1987년, 독일 도서협회가 주는 평화상을 타면서 ‘폭력에 반대합니다 Never Violence’ 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 아이들이 직접 회초리를 가져오게 하고 몇 대 맞을지도 결정하라고 함으로써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와 같은 경고와 함께 스스로 반성할 기회도 갖도록 한다는 방식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이 소년은 회초리를 찾으러 나갔다가 한참 만에 울면서 돌아와 작은 돌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회초리로 쓸 만한 나뭇가지를 찾을 수 없었어요. 대신에 이 돌을 저한테 던지세요”

<이상한 정상가족> 중에서

체벌을 하는 어른은 아이가 견딜 수 있을만한 육체적 고통을 통해 잘못을 깨닫고 학습하길 바란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이가 기억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 위 일화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내보낸 이유를 “나를 아프게할 물건을 찾아오게 하기위함”이라고 생각했다. 체벌은 어른들의 생각만큼 훈육의 효과가 있지 않다.

이 책의 첫 장 <‘내 것인 너’를 위한 친밀한 폭력, 체벌>을 열었을 때, 나는 자연스레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을 정도로 맞으며 자랐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가 맞을 짓을 했어” 또는 “그 땐 다 그렇게 맞으며 자랐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체벌도 용인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내가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다는것에 놀랐다. 세상에 맞을 짓이 어디있고 맞아도 되는 때가 어디있나.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가여웠다.

이 책의 저자인 김희경 작가는 세이브더칠드런, 인권정책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안타까운 사건들을 소개한다. 너무 많은 위험에 당연하게 노출되어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언론에 노출되는 자극적이면서도 무감각한 보도로 인해 아동 학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나 좁아져있다. 아이를 죽을때까지 때리는 것 만이 학대가 아니다. 학대는 계모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대는 정상 가족 밖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아이로서 사랑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권의식을 마비된 채 내버려두고 있고 외면하고있다. 이 책은 그 것을 깨운다. 체벌로 시작해서 과보호와 방임까지 이 모든 것이 학대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다소 건조한 단어 뒤에 어린이 살해가 숨겨져 있음을, “친권”이라는 따뜻한 단어 뒤에 자식을 부모의 소유로 보는 합의가 있다고 알려준다.

미혼모는 있지만 미혼부는 없다

임신은 혼자 할 수 없다. 굳이 설명하기도 귀찮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법과 정의의 심판은 이 사실을 잘 모르는듯 하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임신을 하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이 와도 낳아야한다. 아이를 낳았는데 키울 수 없는 상황이 와도 키워야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벌의 대상은 여성뿐이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낙태죄”가 그러하고, 아기를 낳아 유기하는 엄마는 처벌하지만 아빠는 알바아닌 “영아유기죄”가 또한 그러하다. 아이는 남녀가 함께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데, 왜 여성에게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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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해외 입양 아동의 40% 를 담당하는 ‘고아수출국’ 이다

낳기 전엔 소중한 생명이라며 인공임신중절을 죄로 규정하는 이 사회는 막상 아이를 낳고 나면 아무런 관심이 없다. 미혼모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사회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차별받는다. 이쯤되면 ‘정상 가족’ 안에서만 허락된 출산을 감히 어긴 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든다. 임신했다고 학교에 못 나오게 하는 선생님, 낙태나 입양을 강요하는 엄마,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일단 결혼 시키려는 아빠가 우리 주변의 어른들의 모습이다. 김희경 작가가 주목한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 하나가 바로 혼외출산이다. 미혼모는 부도덕하다는 편견이 미혼모를 평범한 엄마로 자립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미혼모라는 표현도 이상하다. 결혼을 했던 이혼을 했던 미혼이건 비혼이건 엄마는 엄마인데.

이 책의 후반부는 국가가 ‘정상 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주입시키며 자행해온 일들과 그 부작용이 낳은 정상인듯 정상아닌 정상같은 가족의 모습에 대해 보여준다. 시대별로 입맛따라 달라지는 핵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의 이데올로기와, 국가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뻔뻔한 정책들이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의 경쟁구도를 만들어왔다. 값싼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던 국가는 핵가족을 찬양하며 농촌 자녀의 도시 이주를 장려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유인을 외쳤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전되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자 노인 부양의 필요성을 자식들에게 떠넘겼다. 부모고 뭐고 농촌 탈출해서 서울로 와서 일하라더니 갑자기 아들 딸들에게 전통적 가족 부양의 의무를 지우면서 국가는 아무런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았다.  살인적인 도심의 집값과 오르지 않는 임금 속에서 N포 세대 자녀의 생계까지 책임져야하는 세대에게 이제는 부모 봉양의 의무가 더해졌다. 전통적 가족의 해체를 부르짖을땐 언제고 이제와서 이게 원래 우리의 전통이라며 부모까지 책임지라니. 부모를 실버타운이나 요양센터에 보내면 그 비용을 자식이 모두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고려장 취급하는 경우 또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또한 감히 전통 규범을 벗어난 벌과 같은 비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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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가족의 이탈자들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로 이루어진 정상 가족도 잔뜩 병들어있다. 우리 아빠 또한 70-80년대에 여자 형제들의 희생으로 공부했다. 결혼 후 누이들과 어머니에 대한 부채감을 엄마에게 나눠주었다. 이 비극은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다. 우리 엄마는 어렸을 때는 공부해야하는 오빠 뒷바라지를 했고 결혼해서는 남편과 자식과 시부모 뒷바라지를 했다. 아빠의 부채청산에 감정노동까지 해왔다. 엄마도 아빠도 본인들의 인생 없이 이 가족 단위 경쟁체제에서 희생하며 살았다. 이 희생적인 모습이 너무나 흔해 모두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채 지내왔다. 책을 덮으니 병을 당장 고치기는 어려워도 어디가 아픈지는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우리 아프다고. 이제 치료하자고.

 

덧1. 이 글을 쓰는 도중 김희경 작가가 문체부 차관보에 임명되었다.
덧2. 이 글을 쓰는 도중 e-Book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