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를 타다

“아가씨, 한국남자 만나!”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 보는, 모르는 아저씨에게 들은 말이다. 택시기사였다. 택시 문을 닫아주며 배웅하던 애인의 얼굴을 흘긋 보던 기사는,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결혼은 한국남자랑 하라며, 한국여자가 한국남자를 만나야한다고 말했다.

어제 처음 타다를 이용했다. 타다는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호출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방식은 우버와 비슷하지만 기사들이 일반인이 아닌 전문 운전기사라는 것이 다르다. 그런데 일반 콜택시와도 다르다. 일단 차량 크기가 다르다. 승용차가 아닌 승합차가 온다.

 

“현금 없어?, 에이씨.”

나는 택시기사들 특유의 고압적인 태도와 불친절이 늘 불만이었다. 재밌는 것은 그런 불만이 없는 사람도 있더라. 내 남동생과 우리 아버지는 택시 타면서 그런 불만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근데 내 친구들은 다 택시에 대한 ‘추억’ 하나씩이 있다. 대뜸 얼굴이 예쁘다며 연락처를 주면 택시비를 안 받겠다던 기사, 카드를 내미니 현금 가지고 다니라며 윽박지르던 기사, 목적지를 말했더니 거기 안간다고 다짜고짜 내리라고 하던 기사, 골목으로 들어가달라고 하면 다시 나오기 번거롭다고 따지던 기사, 끼어들던 앞차를 향해 쌍욕을 퍼붓던 기사까지. 그 뿐인가. 나는 “00지역 알려드립니다” 페이지에 택시기사가 대학생을 상대로 “남자친구와 진도 어디까지 나갔냐” 며 성희롱 하던 동영상을 기억한다.

타다를 부르니 흰색 SUV 차량이 다가와 멈추고, 자동문이 열렸다. 우와! (개폐 속도가 조금 느리긴 함) 타다 기사 또한 내가 영어로 말하는 것을 들었던 것 같다. 내가 타자마자 먼저 한국어를 하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아, 그렇군요. 벨트 매주시면 출발하겠습니다. “ 라고 말했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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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에 대한 기사를 몇 개 읽어보니 타다 기사들은 승객에게 불필요하게 말을 걸지 않도록,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 난폭운전을 하지 않도록 (근데 이게 당연한건데)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택시랑 다르다.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다가 헤어질 때, 먼저 택시를 탄 친구의 차 번호판을 단톡방에 공유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다들 그렇게 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다들 그렇게 한다. 다행히 공유된 번호를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택시를 타기 전에 아, 바, 사, 자 번호판인지 확인하고, 타고 나선 번호를 기록해둔다.

타다를 부르면 기사가 누구인지, 기사가 어디에서 오는지, 기사가 탄 차의 번호가 무엇인지 화면에 나타난다. 역시 무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저 간 친구가(혹은 내가) 혹시 나쁜 택시를 타서 연락이 안되거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번호를 적어 두는것과 기본적인 정보를 먼저 보여주고 나를 데리러 오는 것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마 카카오택시도 이런점에 착안해 같은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운행 경로가 실시간으로 구글맵 위에 타다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기사가 길을 돌아가지는 않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실시간 위치표시 기능을 보며 이런 상상을 했다. 나중에 외국에 사는 친구가 놀러와서 택시를 타야할 때, 내 핸드폰으로 타다를 불러주면 친구가 목적지 까지 잘 갔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겠다. 결제도 자동으로 등록된 내 카드로 할 수 있다. 언어문제나 익숙하지 않은 화폐단위로 번거롭지 않아도 된다. 또 관광객들은 여전히 현금을 많이 쓰지만 한국은 이제 거스름돈을 비치하고 다니는 택시보다 카드결제만 되는 택시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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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용시 웰컴키트를 받는다. 자일리톨 사탕, 브랜드 소개서, 쿠폰이 들어있다.

 

타다는 그냥 큰 택시가 아니다. 택시를 타면서 겪었던 사소하지만 불쾌한, 당장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바꾸고 싶은 것들을 싸그리 개선한 서비스다. 목적지를 미리 입력하는 것으로 기사와 가는 방법에 대해 실랑이 할 필요가 없고, 주행 중 앞을 보지 않고 네비게이션을 찍는 위험한 상황을 없앨 수 있다.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과 청각장애인에게도 너무나 유용하다.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해 놓는 것으로, 오래 정차할 수 없는 큰 길에서 지갑을 찾느라 시간을 지체하다가 뒷 차의 경적 소리를 듣지않아도 된다. 승하차시 문이 자동문으로 개폐되면, 비오는 날 우산을 접고 가방을 챙겨 문을 열다가 비를 맞지 않아도 된다. 나는 물론 좌석도 젖지 않는다. 아주 작은 변화가 많은 것을 바꾸고, 그 변화들이 합쳐져 완전히 다른 서비스가 된다. 타다는 택시와 완전히 다르다.

원치않는 택시 기사의 일장연설과, 젊은 여자라고 무시하는 태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나는 택시보다 타다다. 어제 10월 첫 탑승 1만원 할인쿠폰을 사용했는데, 웰컴킷 안에 11월 쿠폰과 12월 쿠폰이 또 들어있었다. 매력적인 마케팅이다.

 

 

덧. 서울 번화가에서 심야 시간대 10km 미만 거리 택시잡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강남, 홍대, 이태원에서 만나면 11시 이전에 대중교통을 타거나 2시 이후까지 놀아야한다. 어제 12시 경 약 5km 거리 이동을 요청했는데 10분 거리 기사가 바로 배차되었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만득이는 2005년 8월 20일 우리집에 왔다. 옆집에서 한 달 전에 낳은 애를 데려왔기 때문에 7월 20일을 생일로 챙기고 있다. 벌써 우리집에서 14해를 살았다.

작고 예쁜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은 귀여움을 데려오는 것 그 이상이다. 강아지들은 5살만 넘어도 작건 크건 어딘가 아픈 곳이 생긴다. 특히 순종 강아지는 무조건 생긴다. 순종이 가지고 있는 유전병이 있기 때문이다. 말티즈는 피부병과 관절염이 있고 노년이 되면 심장병이 오는 경우가 아주 많다. 불행하게도 우리 만득이는 이 모든 병을 다 앓고있다.

만득이를 처음 데려올때는 너무 어리기도 했고 엄마아빠도 강아지에 대해 잘 몰랐다. 이렇게 큰 슬픔과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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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는 무조건 교배를 시켜야하는 줄 알았다. 순종은 순종과 교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동네 “애견샵”에서 만득이 처럼 예쁜 말티즈를 골라 날을 받아 교배를 시켰다. 하지만 만득이의 첫 새끼는 죽어서 나왔다. 만득이는 한참을 인형을 물고 다녔다.

이후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다시는 교배를 시키지 않기로 했….지만 만득이는 자연교배 (우리 가족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옆집 바둑이와…!) 로 새끼를 세 마리를 낳았다. 그리고 중성화 수술을 했다. 중성화 수술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지만 분명히 장점이 있다. 가장 큰 목적은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발정기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각종 생식 관련 질환 발병률을 낮추기 위함이다. 중성화 반대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새끼 낳는 족족 사랑으로 키워주는 자연주의자도 있지만 개중에는 사람의 욕정과 연관지어 중성화 수술을 발정의 형벌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반려동물이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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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심장병 진단을 받은 것은 4년 전이다. 숨소리가 거칠어서 검진도 받을 겸 병원에 데려갔더니 심장비대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심장이 커지면서 폐를 압박해 숨 소리가 거칠어졌고, 기침도 하기 시작했다. 강심제를 처방받았는데 월 30만원의 약 값이 들었다. 이 작은 생명이 심장병에 걸려서 숨을 쌕쌕거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툭툭 떨어지곤했다. 그러나 참 어이없게도 슬픔을 극복해준건 시간이 아니라 다달이 지불해야는 약 값과 정기검진비였다. 가만히 슬프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심장약은 처음 복용한 순간부터 죽을때까지 먹어야한다. 만득이는 수술하기에는 시기도 나이도 적절하지가 않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평생 이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해졌다. 돈 걱정을 하는 내가 인정머리없고 책임감 없는 사람 처럼 느껴졌다.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가서 초음파를 보고 약을 지어왔는데 월 몇 십만원씩 드는 이 돈이 계속 부담이 되었다. 사랑하니까 아깝지는 않은데 그래서 더 괴로웠다. (다행히 지금은 약 값이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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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쁜 것 중 하나는 멍멍이 케어에 대한 비용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병원비도 그렇고 간식도 더 좋은 것을 많이 사줄 수 있었다. 그런데 비용을 해결하고 나니 시간이 문제였다. 학생때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산책도 약 먹이는 것도 문제가 없었는데 직장인이 되고나니 하루 두 번 약 시간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다. 엄마랑 3호랑 나랑 시간 조율을 해 저녁에 번갈아 당번을 정했지만 이 것도 쉽지는 않았다. 어쩌다 서로 깜빡해 저녁 약 시간을 놓치거나 약을 두 번 준 적도 있다. 정말 이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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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반려동물과 동반 출근이 가능하다. 식구가 많아서 만득이가 낮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아픈데 혼자 두기 싫어서 한동안 같이 출근했다. 만득이는 어렸을 때부터 헛짖음도 없고 얌전한 편이라 동료들에게 피해 주는 것도 없이 한동안 사무실의 마스코트 역할을 했다. 약 시간을 잘 지키면 크게 나쁜 곳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출근하면 켁켁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병원에 들렀다. 복용량을 조절할 때가 온거라고 했다. 강심제 복용량을 늘리면 신장에 무리가 올 수 있다며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약이 추가가 되었다. 하루에 한 두장이면 충분했던 배변 패드를 하루에 열 번도 넘게 갈아줘야 했다. 출근할 때 애기 엄마들 기저귀 가방처럼 열 몇 장의 패드와 약, 밥, 간식을 챙겨 출근했다. 어떤 날은 약 시간도 맞췄고 쉬도 잘했고 밥도 잘 먹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계속 기침을 했다. 얘 왜 이러냐며, 이러다 죽는거 아니냐며 생각없이 내뱉는 사람들이 짜증이 났다. 하지만 사람들도 거슬리니까 한 마디씩 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아침에 만득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데려오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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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도중 깨금발을 들며 뒷다리를 번갈아 들어올리는 모습이 잦아졌다. 뒷다리 슬개골 탈구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말티즈, 푸들, 포메라니안 같이 작고 다리가 약한 강아지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슬개골 탈구가 찾아올 수 있다. 어린 나이에 발견하면 수술을 할 수 있지만 10살이 넘어 마취조차 어려운 나이라 수술이 불가능했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온 집안에 카페트를 깔았는데 낯설었는지 카페트 사이로만 걸어다녔다. 얇은걸로 재질을 바꾸니 오줌을 쌌다. 빨아놓으면 또 쌌다. 엄마와 나는 서로 빨래를 미루고 싸우기도 했다. 신경질이 나서 “야! 너 미끄러지지 말라고 깔은거야!” 소리쳤다가 “미안해…” 하고 안아주고 또 화내고 반복이었다. 관절을 지키려는 가족들과 몰라주는 만득이. 발바닥에 바세린을 바르면 덜 미끄러진다기에 발랐는데 보란듯이 전부 핥아먹었다. 조인트맥스, 코세퀸 등을 구해 먹였다. 코세퀸을 잘 먹어서 아직도 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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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귀엽고 발랄하기만 한 시기는 몇 년 되지 않는다. 해가 갈 수록 신경쓰고 챙겨주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아마 득이는 계속 아플 것이고 또 다른 아픈 곳이 생길 수도 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덜 아프게 도와주고 아파도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것이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