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인생 (Mad Men, S7E11)

Roger  Now I've got to meet her.
Don    You have.
Roger  It's Marie.
       Marie Calvet.
Don    You're serious? 
Roger  Guess I should've asked your permission.
Don    Just warn me before you tell Megan.    
       I want to leave the country.
Roger  She knows.
Don    Then why didn't you tell me? 
Roger  I wanted to make sure it wasn't going away.
Don    She's crazy, you know.
Roger  When I married my secretary, you were hard on me.     
       And then you went and did the same thing.
Don    You know what? For the second time today, I surrender.
       I'm happy for you.
Roger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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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 스털링 쿠퍼 앤 파트너스 SC&P.

둥그렇게 모여 한 잔씩 나누다가 한 명씩 각자의 일정을 위해 자리를 뜬다.

둘만 남은 돈과 로저.

로저는 약속이 있다며 먼저 일어나는데, 돈은 로저에게서 뜻밖의 이름을 듣게된다.

“마리. 마리 칼베.”

절친이자 직장 상사(이제는 파트너지만)에게 구 장모님과 데이트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돈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시기도 좋지 않다. 돈은 메건이 알기 전에 이 나라를 떠야겠다고 하지만 메건은 이미 알고있었다. 로저와 메건 둘 다 이제는 돈에게 말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아닐까.

로저는 관계가 더 확실해지면 말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돈은 그 여자 미친거 모르냐고 대답하는데 이어진 로저의 대사가 재밌다.

자네 내가 비서랑 결혼한다고 할 때 나를 엄청 나무랐지. 그리고 나랑 똑같은 짓을 했고.”

돈과 로저의 인생을 보여주는 한 마디를 선택한다면 나는 이 대사를 고르겠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 남자들의 인생. 이혼도 할 수 있고, 열 몇 살 어린 여성과 다시 결혼도 할 수 있고, 이 내용으로 서로에게 농담도 할 수 있다.

그들이 첫 번째 결혼에서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하는 신중함을 보였다면, 두 번째는 보다 욕망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겠다. 성공한 남자들이 비밀 애인을 두는 것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던 시대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껏 수많은 애인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굳이 이혼을 하고 “집에 애가 하나 더 있다던데” 등의 조소 속에서도 꿋꿋하게 20대 비서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결혼해놓고 다시 이혼을 했다.

돈의 경우는 외도 사실을 들키고 이혼을 요구당했다. 아내 없는 남자(혹은 남편 없는 여자)를 불완전한 인간 취급하던 시대였다. 여자에겐 재혼을 묻지 않았지만 남자에겐 완전한 인간으로의 복귀를 위해 재혼을 종용하던 시대다. 정말 돈은 혼자 지낸 기간동안 그다지 건강하게 지내지 못했다. 하우스 키퍼가 올 때까지 청소와 빨래, 설거지 거리를 쌓아놓았다. 집에 손님이 잠깐 들른다고 해도 드레스업의 예의를 차리던 돈은 누가 오던지 늘 속옷 차림으로 지낸다.

돈은 소개팅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한동안 결혼에는 뜻이 없어보였다. 밀러 박사와 연애중에도 결혼에 대한 암시는 없었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밀러와 관계를 잘 유지하는가 싶더니 돈은 별안간 메건에게 결혼을 하자고 한다. 즉흥적이었다. 마침 반지가 생겼고, 마침 아이들과 노는 메건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돈은 충동적으로 청혼한다. 밀러가 매력이 없던 건 아니다. 자기 분야에 전문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능력자이기도 하고, 돈을 위해 힘을 쓸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메건을 선택한 이유는 (검은머리라서) 더 이상 ‘아내감’ 파트너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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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는 그 시대가 원하는 아내 상에 딱 맞춰진 여성이었다. 물론 돈이 사랑하는 여성이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여성상이었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아름답고 날씬한 몸매에, 적당한 교육을 받았으며, 남편의 기를 적당히 세워줄 줄 아는 그런 여성. 실제로 돈은 비즈니스 모임에서 베티를 트로피 처럼 이용했고, 베티 또한 썩 즐겁진 않지만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돈은 처음 시즌이 시작할 때부터 그런 베티에게 충실했던 적이 없었다. 베티와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았을까?

그는 일생을 죄책감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어쩌면 작은 실수들에 대한 부분은 무감각했을지 모른다. 돈이 훌쩍 떠나버리거나, 외도를 하는 등 기행을 벌일때면 스스로 돈이 아니라 딕이라고 생각했을수도 있다. 돈은 종종 완벽하지 않은 돈 드레이퍼의 모습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인생은 한 번뿐이기에 실수를 하면 책임을 지고 극복을 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한 번 리셋을 경험한 돈은 자신이 어렵게 얻은 새 삶에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

아무튼 행복한 가정의 능력있는 가장이라는 이미지는 한 번 해본 것으로 만족했는지, 뒤에서 온갖 자극적인 만남을 하고 다녔던 돈은 이제 더 이상 그런 행위를 숨기지 않는다. 남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얼굴도 함께 두꺼워지는걸까. 비서이던, 웨이트리스던, 누가 뭐라던 개의치 않고 본인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건 참 부럽다. 로저가 제인이랑 결혼한다고 했을때 비웃었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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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로저의 말에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었다. 곧 자신에게 비는 말이기도 하다. 연애 상대(혹은 결혼 상대)에게 자신들이 가진 부와 권력을 쥐어주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접고, 또 언제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그들의 대화.

덧. 이제 돈이 제인의 엄마랑 결혼할 차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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